닥터김 화학4


	닥터김 화학이야기4


	2003년 11월 16일 그런데 천연물 전통 요법이 갖고 있는 문제는 천연물에는 수만 가지의 물질이 한꺼번에 섞여 있어서, 어떤 특정한 성분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내기가 아주 힘이 든다는 점입니다. 과학적으로 수만 가지 성분을 일일이 분리해서 구조를 밝히고 몸 안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요. 하지만 과학기술이 20세기를 거치는 동안 상상할 수 없는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는 상당히 이론으로 잘 정립된 신약 개발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또 새로운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은 대개 일차적인 신약 발견 단계, 약효와 독성을 예비로 검증하는 동물 실험 단계, 사람을 상대로 약효를 검증하는 임상 실험 단계를 거쳐 의약품 허가 관청의 정밀 조사와 발매 허가를 얻은 다음 시장에 나오게 됩니다. 총 개발기간은 의약품 한 품목당 평균 약 10년 정도이고, 평균 비용은 약 3억달러 (4천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재원이 들어갑니다. 보통 성공 확률은 신약 발견 단계를 거쳐 동물 실험에 투입하는 화합물의 수를 기준으로 보면 약 1/10000입니다. 동물 실험 단계에서는 동물 권리 옹호 단체가 아주 강력한 반대 활동 (로비, 시위, 불매운동 등)을 전개하기도 합니다. 동물 실험 단계를 통과해서 사람을 상대로 한 임상 실험에 투입하는 화합물을 기준으로 보면 약 1/100 정도입니다. 따라서 거의 이기기 어려운 도박이라고 보면 됩니다. 거의 대부분의 다국적 초대형 제약회사에서는 아주 많은 신약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그 중 1%만 성공해도 회사가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것이지요.. 일례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의약품 중에서 스타틴 계통의 약이 5종류가 시판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다 최소한 연간 매출액이 십억달러를 웃돕니다. 가장 점유율이 높은 약인 리피토(Lipitor)라는 약은 지난 2001년에 무려 60억달러(약 칠조원)를 판매했습니다. 물질 특허 제도 때문에 약이 시장에 나오면 약 10년 정도 독점권을 보장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생산 판매에 들어가면 생산비와 영업 손비를 빼고 난 이익률이 약 80% 정도입니다. 따라서 약 한 품목이 무려 5조원이 넘는 이익을 주게 되는 것이지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도박을 벌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2만달러짜리 차를 미국에 팔아서 한 대당 1만달러를 이익으로 남긴다고 하면 몇 대를 팔아야 50억달러를 이익으로 남길까요? 약 50만대를 팔아야 합니다. 그런데 의약품 한 품목을 팔아서 한국에서는 초거대 기업으로 통하는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판매해 얻은 전체 이익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 바로 제약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