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4년 8월 스코틀랜드(영국)에 살던 존 스콧 러셀(John Scott Russell)이라는 공학자(선박

설계사)가 운하를 따라 말을 타고 가다가 운하에서 생긴 한 덩어리의 물을 보았습니다.

물이 덩어리를 이루어 빠른 속도로 아주 멀리까지 계속해서 이동하는 현상을 보았던 것입니다.

보통의 물들은 파동치면서 사방으로 흩어져 잔잔해져서 파동이 사라지고 말잖아요.

이런 현상을 분산(dispersion)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흩어지지 않고 뭉친 덩어리가

계속 그대로 진행해가는 이런 파동을 솔리톤(soliton) 이라고 합니다.

또는 고립파(solitary wave)라고도 합니다.

솔리톤은 비선형적 상호 작용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비선형적이라고 하니까 벌써 답답해지죠.

선형적이란 것은 y=ax 처럼 서로 깨끗하게 비례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예측이 가능합니다.

y=2x 라는 식을 보면 y는 항상 x 의 2배이므로 늘 예상이 가능하지요. 그래프도 깨끗하게

직선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비선형이란 것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일정한 직선의 형태를 가지지 않고 값이 막

튀는 것입니다. 한번은 작았다가 한번은 커졌다가 하는 것입니다. 그 전의 값에 영향을 받는

식입니다. 예를 들어 올해 수능 문제는 작년의 평균에 따라 변화잖아요. 문제가 너무 쉬워서

말이 많으면 좀 어렵게 나오고 너무 어려워서 말이 많으면 좀 쉽게 내고 하잖아요.

앞의 값이 뒤의 값에 영향을 주는 것을 되먹임(feed back)이라고 합니다. 되먹여치는 것이죠.

여우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토끼들을 너무 많이 잡아먹으면 결국 먹이의 부족으로 여우의

수가 다시 줄어듭니다. 여우수가 줄면 잡아먹히는 토끼가 줄어드므로 그 결과 토끼들의 수는

다시 늘어나지요. 토끼 수가 늘면 여우의 수도 또 증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 주고 받고

반응하는 것을 되먹임이라고 합니다. 일상생활에 많이 볼 수있는 현상입니다.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란 것이 있죠.

물론 요사이는' 가는 말이 거칠어야 오는 말이 곱다'라고도 하지만...

이 역시 되먹임의 상호작용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런 되먹임 때문에 솔리톤이 생기는 것입니다.

운하에서 나타난 솔리톤은 물결의 파동이 퍼져나가다 운하 밑바닥에 부딪혀 돌아온 파가

물덩어리를 흩어지지 못하게 되먹여쳤기 때문에 물덩어리가 솔리톤이 된 것입니다.

솔리톤은 고체나 기체 내부에서도 발생합니다. 솔리톤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개의 솔리톤이 부딪히면 서로의 모양이 사라졌다가 잠시후 서로의 모양을 다시 만들어

제각각 가던 길로 갑니다. 서로 겹쳤다가 스르륵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원래의 모양을 다시

갖추고 자기 길로 가므로 기억을 가졌다고 보는 것입니다.

솔리톤의 현상으로는 해일, 목성의 대적반, 찬공기 덩어리의 이동 등이 있습니다.

어쩌면 마라톤 선두그룹도 일종의 솔리톤입니다. 거의 30-35 km 동안 흩어지지 않고

덩어리를 이루며 달리잖아요.우리의 신경에 전달되는 흥분도 솔리톤입니다.

흩어지는 일없이 흥분 덩어리가 뇌까지 덩어리를 이루며 전달됩니다.

보통의 빛은 금속을 만나면 표면에서 반사하고 흩어집니다. 표면의 금속원자들 속으로

빛에너지가 흡수되며 분산되어 금속을 뚫고 나가지 못하므로 금속의 내부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레이저처럼 강한 빛을 쏘아주면 빛 펄스는 금속원자에 흡수되지 않고

금속을 투과합니다. 흩어지지 않는 솔리톤의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모자마술(hat trick)효과이라고 합니다. 마술할 때 칼이 모자를 뚫고 나오잖아요.

다 나오고 난 후에 모자를 보면 전혀 칼이 찢고 지나간 흔적이 없이 멀쩡하죠.

레이저 덩어리가 금속을 뚫고 지나가는 현상이 이와 비슷하여 모자마술 효과라고 하는 것이죠.

또한, 물리학에서 입자가속기속에서 일어나는 입자들의 충돌이 솔리톤과 너무나 닮아있습니다.

이런 솔리톤들도 결국에는 죽습니다. 에너지가 줄어들어 소멸되고 마는 것입니다.

거대한 소용돌이인 태풍도 일종의 솔리통인데 결국 없어지죠. 다만 흩어지지 않고 오래간다는

것뿐입니다. 어쩌면 우리 인간도 원자 분자 덩어리가 흩어지지 않고 뭉친 거대한 솔리톤덩어리

일지 모릅니다. 결국에는 원자 분자들이 각각 흩어지죠. 우리는 이것을 죽음이라고 하는 것이죠.

자, 마지막으로 정리하면 솔리톤은 흩어지지 않고 덩어리를 오래동안 유지하는 파입니다.

결국에는 분산되어 소멸해 버리는 것이죠. 잠시 질서를 가지다가 다시 혼돈의 세계로 꺼져

버리는 것입니다. 비누방울이  둥근 모양을 유지하며 잠시 허공을 날으다가 터져 버리듯이

솔리톤은 잠시 모양을 유지하며 살다가 혼돈의 세계로 스러져 버립니다. 우리네 인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