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 화 : 관악산 남녀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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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잘 아는 동네 아주머니에게 들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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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가을이 무르익은 11월 초 오후 1시경,

만추의 햇살이 관악산에 가득찼습니다.

아주머니  세분이 관악산에 등산을 갔을 때였죠.

아시다시피 관악산은 600 여미터 남짓하는 보통 산입니다.

오르는 길도 뻔하여 길을 잃고 헤멜 정도의 깊은 첩첩 산중도 아닙니다.

 평소 자주 다니던 길로 세 아주머니가 산을 올랐습니다.

그런데 그 날 따라 사람들이 평소보다

유별나게 적다고 생각을 하고 올라가고 있는데

저 앞에 두 젊은 남녀가 앞서가고 있더래요.

사람들이 없어 반갑기도 하여

그 두 사람을 따라 부지런히 올라 갔습니다.

한 5 분쯤 따라갔는데 두 남녀가 보이지 않더래요.

모퉁이를 돌아서면 뻔하게 다 보이는 구간인데

안 보이길래 젊은 사람들이 걸음도 빠르다고 생각했대요.

그리곤 천천히 올라가는데 평소와

다른 길이라는 느낌이 들고 이상하더래요.　

올라가고 내려가는 사람도 없고 주위가 너무나 조용했어요.

가을 햇살은 따갑게 비추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데

갈수록 길이 없어지더니 급기야는 길이 사라져 버렸어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로 들어온 것이지요.

오던 길로 도로 내려갔는데 아까 그 길이 아니었어요.

길에 자신있던 아줌마가 헷갈리기 시작하니

다른 두 아줌마는 더욱 당황되고 무섭더래요.

어디선가 누군가가 자기들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자꾸 길을 찾아 나가면 아까 그 자리같기도 하고....

한참 걸어가면 더욱 헷갈려서

길을 잃을까봐 다시 그 자리로 오곤 했대요.

거의 3시간 정도를 그 골짜기에서 헤맨 것이죠.

어느새 멀리서 어둠이 짙어 오는 것같아 더욱 무서워져서

세 사람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요.

" 아무도 없어요.  야호... "

보이지 않는 기운이 자신들을 골짜기에 가두고 있다는

생각이 나서 소름이 오싹끼쳤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흩어지지 않게 세 사람은 손을 꼭 잡았어요.

이상한 것은 세 사람이 길을 찾는데

서로 다른 쪽으로 가고 싶더래요.

세사람을 흩으려는 요귀의 장난일까요.

"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무도 없어요 . "

목이 터지게 크게 소리를 질렀어요.

그 때 저 위 산 등성에서 " 야호 " 하는 소리가 들리더래요.

이미 사방은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어슴프레 사물은 어둠속으로 녹아 들고 있었죠.

" 야호 "  " 야호 "

산등성이에서 들리는 소리에 화답하며

세 사람은 급히 산 비탈을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 야호 , 야호 "

위에서 소리는 계속되었습니다.

산등성이에 올라가니 작은 절이 있고

거기서 스님께서 야호를 열심히 외치고 있었습니다.

불과 10분 정도인 절을 두고 골짜기에서 3시간여 헤맨 것이죠.

절에 올라온 아줌마들은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렸습니다.

알 수없는 공포감으로 온 몸을 조였던

긴장감이 풀리고

살았다는 안도감으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도저히 산을 내려갈 엄두도 못내고

집으로 전화를 하고 절에서 하룻밤을 보냈죠.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절에서 스님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입니다.

몇해전 겨울 아래 계곡에서 두 남녀가 텐트치고

야영하는 것을 보았다는 거예요.

그날 밤 눈이 펑펑 너무나 많이 와서 젊은 남녀가 걱정되어

후레쉬로 비춰보니 이미 가고 없더라는 것이예요.

텐트있던 자리에는 눈만 수북하게 쌓여 있고....

스님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아까지만 해도 있는 것 같았는데

30분도 안된 사이에 벌써

펑펑 눈이 쏟아지는 산길을...

그것도 밤에 내려가다니...

차라리 우리 절에 와서 하루 자고 가지 "

그리고 또 한달후 쯤 스님은 그 자리 부근에서

텐트치고 야영하는 그 젊은 남녀를 또 보았대요.

그 때 그 젊은 남녀인지는 정확하지는 않는데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대요.

저녁 예불을 마치고 절 마당으로 나오는데

그 젊은 남녀가 절 마당을 지나 산위로 가더래요.

깜깜한 겨울 산을 밤에 올라가는 것이 이상하여

젊은이들을 불렀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올라가는데

자세히 보니 등산 배낭이 없더래요.

어느새 두 젊은이는 어둠속으로 사라졌어요.

스님은 텐트있던 자리에 후레쉬를 비쳐보니 텐트도 없더래요.

어느새 또 사라진 것이죠.

그리곤 3 - 4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아줌마들이 그 젊은이들을 따라 계곡까지 들어왔으니

참 묘한 일이라고 스님이 말씀을 하였다는 것이여요.

집으로 돌아온 세 아줌마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꼬박 보름동안 몸살 감기로 앓아 누웠는데

세 사람 다 아주 슬픈 얼굴을 한 잘생긴 청년과

예쁜 처녀가 손잡고 앞서가는 꿈을 몇 번씩 꾸었다는 것이예요.

도대체 그 젊은이들은 누구일까요.

사랑을 못이룬 슬픈 사연의 남녀였을까요.

아니면 그냥 단순한 등산객이 었을까요.

어쨋든 세 아줌마는 이야기하는 지금도

악몽처럼 소름이 쫙쫙 끼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여름에 그 자리에

친구들과 야영을 하고 밤을 새워볼 작정입니다.

물론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는 안 할 것입니다.

혹시 압니까.

그들의 정체를 밝힐지도....

그러나 약간 걱정이 앞섭니다.

혹시 일이 잘못되어 나와 친구들도

그들처럼 그 계곡을 떠도는 것은 아닐까 ...

에이 재수없이 그런 생각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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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그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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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99 년 여름에 그 계곡에서 텐트를 치고 하루 잤다.

그 남녀 귀신의 정체를 밝혀보려고...

물론 친구 둘과 함께...친구들은 단순히 산에 놀러온 것으로 알고 있었고...

셋이서 고스톱도 치고 바둑도 두고 장기도 두고....

그렇게 밤을 새웠다. 그러나 아무 일이 없었다

그냥 그런 산 속의 깜깜한 밤일 뿐이었다.

물론 작은 것을 보러 갈 때는 셋이서 함께 움직였다.

나는 결론을 내렸다.

그 계곡에 귀신은 없다고...

그런데, 하산하려고 텐트를 걷을 때

우리가 텐트친 그 자리에 살짝 묻혀있던 비닐 봉투를 발견했다.

비닐 봉투 속에는 약봉지가 들어 있었다.

약봉지 겉에는 이름과 날짜와 약국이름이 쓰여 있었다.

이름 ; 한** (이름을 밝힐 수 없어서)

일자 ; 1993 년 7 월 8 일

약국이름 ; 모* 약국 (서울시 방배동 **** 번지)

전화번호 ; 5** - ****

난 그 비닐봉지를 가지고 내려왔다.

그리고 다음 날 그 약국을 찾아갔다.

거의 6년전 (1999년에서 볼 때 1993년은 6년전) 일이라서

혹시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약국의 약사가 놀라운 말을 해주었다.

약을 지어간 사람은 같은 동네에 사는 여대생이었는데

남자친구(대학 선배였던 회사원)과 같이 관악산에 놀러간다고 간 후에

두사람 모두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한다.

약은 감기약이었다.

산에 놀러가는데 감기가 빨리 나아야 한다고

말하던 그 여대생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다고 약사는 말하였다.

관악산에서 그 남녀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의 증언에 의하면

과천쪽에서 연주암(산정상에 있는 절)쪽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마주쳤다고 한다.

그런데 약봉지가 발견된 곳은 산의 반대편쪽이다.

서울대 옆으로 들어가는 길로 가야하는 곳이다.

두 남녀는 산을 넘어 반대편으로 내려오다가 사라진 것이 분명하다.

그 약봉지가 그것을 말해준다.

내 생각에는 그 여대생이 산을 넘어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 계곡으로 미끌어지자

그녀를 구하려고 계곡으로 내려갔던 남자도 같이 다치지 않았을까.

산을 넘어 내려왔기에 날도 어둑어둑 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어두워졌고 둘 다 다쳤기에(발목이 삔 정도)

그 계곡에 텐트를 치고 하루 머물렀을 수도 있다.

1993 년 7 월 10 일,

토요일에 관악산으로 놀러갔고

그 날밤 계곡가에 텐트를 치고 있었다.

7 월 11 일 새벽에 집중호우가 왔다.

그래서 자다가 물에 휩쓸려 가 버린 것이 아닐까 .

7월 11일부터 17일까지 서울지역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물에 휩쓸려간 두 남녀의 시체는 당연히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약봉지도 쓸려내려가다가 모래 속으로 묻혀 버렸다가

6 년이 지난 후에 우리 텐트밑에서 발견되었고...

그 남녀 영혼은 너무나 억울해서 아직도

산을 배회하는 것이 아닐까.

그로부터 또 7 년이 지났다.

2006 년 여름에 관악산에 갔다가 그 절에 들러 보았다.

그 스님을 만나서 두 남녀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스님은 많이 늙으셨지만 그 때 일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여자는 중간키에 약간 통통해 보였으며 붉은 티에 청바지를

남자는 흰티에 역시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1999 년에 약사가 이야기해준

그 여대생의 옷차림과는 달랐다.

등산갈 때와 약국갈 때의 옷차림은 당연히 다를 것이다.

그 여대생 가족은 다른 곳으로 이사가 버려서

등산가던날 (1993년 7월 10일) 옷차림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스님과 약사가 말한 인상착의가 비슷했다.

중키에 약간 통통한....

그리고 더 이상 확인할 길은 없다.

스님도 그 이후로 그 남녀를 본 적도 없다고 한다.

올해 2007 년 여름에 다시 그 계곡에 텐트를 치고 있어 볼 생각이다.

이번에도 물론 친구들과 같이..

이번에는 한 일주일 있어볼 생각이다..